목사칼럼 331

[칼럼] 관광과 순례

낯선 곳을 여행하며 둘러보는 것을 [관광]이라고 합니다. 관광할 때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개 위에서 아래로, 재빠르게 훑어보기에 바쁩니다. 그리고 관광지의 사람들을 사물화하고 내려다보는 눈길일 경우가 많기에 무례하기 십상입니다. 특히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카메라로 연신 주변을 찍어대느라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낯선 곳을 둘러보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순례]입니다. 관광이 눈으로 보는 것이라면 순례는 발로 걷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관광과 순례의 차이는 눈길에 있을 듯합니다. 관광이 급히 피상을 스쳐 지나간다면, 순례는 천천히 주변과 눈을 맞춥니다. 관광이 창을 통해 대상을 객체화한다면, 순례는 객체를 도리어 나의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례는 종교..

목사칼럼 2023.04.21

[칼럼] 여보 & 당신

부부간에 부르는 호칭으로 [여보] [당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보는 아내에게만 쓰는 호칭이고, 당신은 남편에게만 쓰는 호칭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여보]는 “같을 여”(如)자와 “보배 보”(寶)자로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호칭으로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 쓰는 말입니다. [당신]은 “마땅할 당”(當)자와 “몸 신”(身)자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다”는 말로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이 말을 종합해 보면, 아내란 남편에게 보배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고, 남편은 밖에 나가 일하는 동안 떨어져 있지만, 내 몸과 같이 상하지 않고 돌아와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조들이 부르던 호칭의 의미를 제..

목사칼럼 2023.04.14

[칼럼] 사랑의 부활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됩니다. 영어에도 이런 단어가 있는데, “살다”라는 뜻을 가진 [live]를 거꾸로 하면 “악”이란 뜻을 가진 [evil]이 됩니다. evil을 뒤집어 우리에게 live를 선물하신 분이 계신데, 그분이 바로 십자가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이 evil을 뒤집어 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을 live하게 하기 위한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의 힘이 evil에 빠져 소망 없던 우리를 live하게 해 주신 날이 오늘 부활주일인 것입니다. 로마서 12:9~11에 “사랑에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 형제를 사랑하며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는..

목사칼럼 2023.04.07

[칼럼] 제3의 방법

“식 A×0=5에서 미지수 A의 값을 구하시오.”란 문제가 주어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떻게든지 정답을 찾아내려고 발버둥을 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애초부터 잘못된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곱셈을 덧셈으로, 또는 5를 0으로 바꾸는 시도가 있을 때만 가능해집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람들이 생각하는대로 생각하면,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노력, 나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면 하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세상에 희생 없이 힘겨루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다면, 이 세상에는 소망이 없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나를 희생해서라도 세상을 바꿀 책임을 가진다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는 것..

목사칼럼 2023.03.31

[칼럼] 진정한 공감

미국 심리학자 폴 블룸은 (2016)이란 책에서 “나는 공감에 반대한다. 공감은 형편없는 도덕 지침이며 우리는 공감이 없을 때 더 공평하고 공정한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라고 말했고, 독일의 인지과학자 프리츠 브라이트하우프트는 (2017)이란 책에서 “공감은 자아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흑백 사고 또는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보인다”라고 말했으며, 가천대 장대익 석좌교수는 (2021)이란 책에서 “공감은 일종의 인지 및 감정을 소비하는 자원이므로 무한정 끌어다 쓸 수 없다. 따라서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해 공감을 과하게 쓰면 다른 집단에 쓸 공감이 부족해진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을 공감에 대한 비판적인 면만을 부각하는 부정적인 사상가로 보거나,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

목사칼럼 2023.03.24

[칼럼] 득과 독

일본말 중에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장인정신]인데, 무슨 일이든 혼신을 다해서 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과거 "made in Japan"이 최고였던 이유가 바로 일본의 장인정신으로 만든 물건은 최고였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국이 됨과 함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투하로 엄청난 피해를 겪으면서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전쟁 때 전쟁 물자를 공급하면서 경제가 살아나게 되었고, 장인정신이 결합되어 최고의 물건을 만들게 되면서, 미스비씨, 미쓰이 등 중공업과 함께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의 기업을 주축으로 IT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발전을 해와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2022.12.31에 "US뉴스앤..

목사칼럼 2023.03.17

[칼럼] 복음의 구독자

[지식]은 학생들에게 전달되어야 역할을 다하고, [신문]은 구독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효과를 발휘하며, [음식]은 배고픈 사람들이 먹어야 제 역할을 다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지식이 선생님이나 교수의 토론장에만 머물고, 신문이 신문사에서만 읽혀지며, 음식이 주방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지식과 신문, 음식은 역할을 다 하고 있지 못한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복음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물론 교회에도 있어야 하겠지만, 복음은 복음을 듣지 못한 불신자들에게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복음이 교회와 성도들에게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음의 능력을 경험하지 못해, 우리가 믿는 예수님, 예수님이 주신 복음, 우리가 가야할..

목사칼럼 202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