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비수녀회(Sisters of Mercy) 소속 메리 페이 수녀가 쓴 책 [이제는 놓아줄 시간(A Time for Leaving)]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이파리는 원래 땅의 소유가 아니잖아요. 원래 나무 건데?” “아니란다. 이젠 나무의 것이 아니야. 잠시 나무에 붙어 있었지만,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그걸 ‘떠난다’라고 한단다.” 나이가 많은 나무 ‘신실(Faithful)'은 잎이 사라질까봐 겁을 내고 있는 어린 나무 ‘‘기쁨(Joy)’에게 가장 좋은 일은 놓아주는 순간에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나 역시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훨씬 큰 계획의 한 부분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가장 좋은 순간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도서 3장에도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때는 하나님이 정하신 것이고 하나님이 행하시는 것인데 거기에 더 할 수도 없고, 덜 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때를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전도서는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14절) 그러므로 내 힘으로 안되는 일을 끝까지 잡고 있는 것은 나에게도 불행한 일이고, 하나님께도 불순종하는 일이며, 우리 주변 사람들도 같이 힘들어하게 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으로 비워두고 넘어가는 그것이 우리도 행복하고 하나님께도 영광 돌리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노자는 항아리가 쓸모 있는 이유는 항아리 속 빈 공간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바이올린을 평가하는 기준은 바이올린 속 공간에서 울려 나오는 공명입니다. 내 힘으로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하고, 다 채우지 못한 것은 비워둘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새 일을 행하시고, 우리 삶의 빈 공간에 새로운 것으로 채워 주실 것입니다. 올 한해 많은 부분을 놓치셨습니까?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놓친 것, 실수한 것은 하나님께 맡기고 새해를 준비합시다.
-무익한 종 박희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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