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여행하며 둘러보는 것을 [관광]이라고 합니다. 관광할 때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개 위에서 아래로, 재빠르게 훑어보기에 바쁩니다. 그리고 관광지의 사람들을 사물화하고 내려다보는 눈길일 경우가 많기에 무례하기 십상입니다. 특히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카메라로 연신 주변을 찍어대느라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낯선 곳을 둘러보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순례]입니다. 관광이 눈으로 보는 것이라면 순례는 발로 걷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관광과 순례의 차이는 눈길에 있을 듯합니다. 관광이 급히 피상을 스쳐 지나간다면, 순례는 천천히 주변과 눈을 맞춥니다. 관광이 창을 통해 대상을 객체화한다면, 순례는 객체를 도리어 나의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례는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