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고틀립(Daniel Gottlieb)이『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학습장애를 극복하고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으나 33세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남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아내와 이혼하고, 아내와 누나와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후 둘째 딸의 아들이 자폐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30년간 상담을 통해 얻은 지혜를 32통의 편지로 기록하여 손자 '샘'에게 전달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 이 책입니다. 이 책에는 대니얼의 입원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가는 중에 갑자기 날아온 타이어에 목뼈가 부러져 척추 손상을 입어 전신마비가 된 상태로 고통 속에 병실에 누워 있는데 늦은 밤 담당 간호사가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평상시와 같이 필요한 치료를 마친 후 돌아가지 않고 “당신은 정신을 치료하시는 의사이시죠? 저는 한 남자를 사랑했는데, 그에게 배신을 당했어요. 외로워서 견딜 수 없고, 수없이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어요.” 간호사는 고백을 이어갔고, 다니엘은 공감하며 경청했습니다. 대화가 끝난 뒤 홀로 남은 다니엘은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깨달았습니다. 간호사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처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잊게 된 겁니다. 이처럼 고통은 고통으로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시편 42:7에 “주의 폭포 소리에 깊은 바다가 서로 부르며 주의 모든 파도와 물결이 나를 휩쓸었나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시편 42편은 포로생활을 하고 있는 고라자손이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자는 다짐으로 쓴 시입니다. 이 시의 내용 중에 “폭포소리가 깊은 바다소리를 부른다”는 표현은 포로생활의 고통을 예루살렘 함락의 고통을 떠올리며 이기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담긴 역설적 표현입니다. 우리들도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할 때, 현실에서 당하는 고난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고통은 고통으로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고통은 고통스럽지만 고통스러움 속에서 고통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고통의 달인이 됩니다. 남의 고통에 귀 기울여 보세요. 나의 고통 또한 위로받게 될 것입니다.
-무익한 종 박희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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